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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7 오후 4:33:27 입력 뉴스 > 현장포커스

우리지역 문화 소식
봉산문화회관, 권순철 展 / 수성아트피아, 최만린展



 

 

◆ ‘기억 공작소Ⅱ’ 권순철 展

 

‘기억 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기억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독특한 해석과 그들의 다른 기억을 공작하라! 또 다른 기억, 낯선 풍경을….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권순철의 대표 작품에 대해 보통, 어두운 바탕에 다양한 색상의 물감이 두텁게 쌓여 만들어진 큰 얼굴을 마주할 것이라고 기대하겠지만, 이번에 전시되는 얼굴들은 조금 다른 면모의 공간적 긴장감과 다소 활달한 붓질의 생경한 두려움이 어려 있어 좀 더 넓은 작가의 스펙트럼을 알 수 있도록 해준다. 3개 벽면 가득히 채워진 한지 드로잉 속, 얼굴 이미지는 주인공 각자가 짊어져온 생존의 시간과 작가의 기억 성찰 이후의 윤리성, 또 초월적 숭고미로 인도될 수 있는 작가의 오래된 아이콘의 또 다른 버전이다.

 

지금까지 발표해온 권순철의 주요 작업 이미지 스틸을 보여주는 디지털 모니터를 지나서 마주하게 되는 130×162㎝ 크기의 두터운 한지 드로잉 33점은 높이 5m 흰색 전시 공간에 33인의 개별 얼굴들이 서로 의지하며 하나의 큰 바탕을 형성하는 강인하고 숭고한 에너지의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 울림의 체험으로 열리는 새로운 장소는 작가의 ‘마음’과 신체 ‘행위’를 포함하여 서로 다른 시간 층위의 재질감들을 기록하고 지나온 기억의 구획들을 펼쳐냄으로써 화면의 바탕, 신체 행위, 작가의 숨결 등이 일체화된 몰입 환경으로 작용한다. 아마도 이 몰입 환경은 ‘한국성’ 탐구에 관한 작가의 직관이 조형해내는 ‘얼굴’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윤수는 권순철이 그려온 ‘얼굴’에 대하여 “온갖 풍상을 겪으며 살아온 한국의 노인네들 얼굴이고 그 표정이다. 늙고 주름진 얼굴, 순박한 혹은 근엄한 얼굴, 기나긴 인고의 노동이 새겨진 얼굴, 수심에 지친 표정 등, 우리들이 어릴 때부터 보아온 이 땅의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의 진지함과 엄숙함이 있다”고 했다.

 

그 얼굴들은 살아있는 약자로서 거친 세상을 힘겹게 생존하는 보통 인간의 존재감과 더불어 동의할 수 없는 뭔가에 저항하면서도 처연함을 엿보이는 인간 관계적 윤리성과 연결된다. 그리고 그것은 숭고미라는 초월적 차원으로 열려있기도 하다.

 

◆ ‘근원으로부터’ 원로조각가 최만린 展

 

한국 추상조각의 개척자로 알려진 원로조각가 최만린 선생의 작품전이 4월 30일부터 5월 22일까지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수성아트피아에서 개최된다.

 

한국 화단에 추상화의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던 1960년대 중반 조각계의 주된 경향은 생명주의를 바탕으로 한 인간의 원형(原形)의식에 대한 탐구에 있었다. 작가 최만린 선생의 초기 작업 역시 인간의 원형을 형상화하는 데서 시작해서 음, 양, 천지 같은 우주론의 테제에 주목하게 된다.

 

그는 불안한 시대의 인간초상을 형상한 ‘이브Eve’ 시리즈를 시작으로 1960년대에는 한자의 획에서 드러나는 표상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천-지-현-황’, 그리고 장승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일-월’ 연작을 선보이며 자연에 대한 믿음과 애정으로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무엇인 지를 찾고자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70~80년대에는 생명 이미지를 조형화한 ‘태’와 ‘점 시리즈’ 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주목을 받아왔다.

 

‘태(胎)’ 시리즈는 그의 지속적인 관심의 한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인간이나 자연에 대한 외형적인 형의 탐구가 아니라 생명현상으로서의 본질에 대한 탐구임을 보여주었다.

 

또한 그는 생명체의 성장과정을 결코 단순한 외형적 변모로 보지 않고 자연과 창조주의 섭리에 변화하는 내적 필연성의 결과로 지켜봤다. 한 생명체의 변모에는 참으로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됨을 일찍이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인간이나 자연에 대한 외형적인 탐구가 아니라 생명현상으로서의 본질에 대한 내적 탐구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 ‘점(點)’에서는 공간 개념을 갖게 하고 공간이 점의 형태를 시각화 시킨다는 사실을 형상화한 것으로 생명력의 약동으로 유기적인 성장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태가 마치 생명체의 모체(母體)이듯 점은 공간적 형태의 기점이며 원초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같이 조각의 전형성을 우리 삶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으며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토속조각을 통해 초월적, 근원적 형상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 그는 말이나 글의 의미를 거부하고 오로지 형상 자체만을 통해 세상에 화두를 풀고 전달하는 데 반세기의 세월이 흘렀다고 했다.

 

이는 형태를 선도하는 모든 개념과 규정에 저항해 왔다는 의미이며 바로 작업의 종착지점에서 보여준‘空(공)’즉,‘원(圓 ○)’의 테마로 완성이 되었다.

 

불가(佛家)에서는 ‘○’ 즉, ‘공(空)’이라는 개념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 의미를 두고 있다. 대승불교에서 무아(無我)의 이념은 자성(自性)이나 실체성을 지니지 않는 무자성(無自性)이라는 이른바 공사상(空思想)을 ‘○’의 개념에서 찾았다.

 

다시 말해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는 천계(天界)․ 지계(地界)․ 인계(人界)에서 ‘윤회전생(輪廻轉生)’으로 인류를 비롯한 만휘군상(萬彙群象)의 성하고 쇠함이 끝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시작과 끝이 없는 대우주의 영원무궁한 원(圓 ○)의 회전성이 내포돼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의 개념은 무한대로 뻗어가는 우주적 창조 철학인‘원(圓 ○)’의 개념이자 표제적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그 이전의 ‘점’과 ‘무’, ‘맥’과 ‘태’를 발전시킴으로써, 마침내 ‘무(無)’로서의 ‘점(點)’을 확장하여 대우주와 지구, 즉 일월천지(日月天地) 일체를 둥글게 아우르고자 하는 의미이다.

 

그의 작품은 마치 ‘기(氣)’의 진동처럼 느껴지는 용접으로 이루어진 입체적인 무한 공간의 드로잉으로 마치 허공에 그려진 그림과도 같다. 이는 수개월 간에 걸친 용접 행위를 통해 드러난 형상들로 뼈를 깎는 일종의 수신(修身)과 수도(修道)의 과정이라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것은 물질과 공간에서 상호작용의 흐름이 있는 시간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 최만린 선생의 작품 기저(基底)에 흐르는 공통점은 만물의 근원으로부터 시작된 인간과 인간이 존재하는 자연과 우주, 이를 모두 상징하는 둥근 형태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전시는 1958년부터 최근작 까지 조각 60여점, 드로잉 26점 해서 총 86점이 전시된다. 전시구성은 총 4가지 섹션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대구인터넷뉴스(dgi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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